

은은하 목소리로 읽는 중
옛날에 콩쥐라는 아이가 살았어요.
아침 일찍 일어나 마당을 쓸고, 물을 긷고, 밥을 지었지요.
일이 많아도 콩쥐는 늘 노래를 흥얼거렸어요.
어느 날 새어머니가 커다란 항아리를 가리키며 말했어요.
“해 지기 전에 이 항아리에 물을 가득 채워 놓으렴.”
콩쥐는 물동이를 이고 우물로 걸어갔지요.
한 동이, 두 동이, 세 동이.
그런데 이상했어요. 부어도 부어도 항아리는 자꾸만 비었지요.
들여다보니 항아리 밑에 커다란 금이 가 있었어요.
콩쥐는 항아리 앞에 털썩 주저앉았어요.
해는 벌써 산 너머로 기울고 있었지요.
그때 어디선가 엉금엉금 소리가 들려왔어요.
커다란 두꺼비 한 마리가 마당을 가로질러 왔어요.
두꺼비는 항아리 밑으로 쏙 들어가 등으로 금을 막아주었지요.
“콩쥐야, 이제 부어보렴.”
콸콸콸, 물이 항아리에 차오르기 시작했어요.
금세 항아리가 가득 찼지요.
“고마워, 두꺼비야.” 콩쥐가 두 손을 모으고 인사했어요.
며칠 뒤, 마을에 큰 잔치가 열린다는 소식이 들렸어요.
콩쥐는 아껴 두었던 고운 꽃신을 꺼내 신었지요.
분홍빛 꽃이 수놓인, 세상에서 제일 예쁜 신이었어요.
잔치에 가는 길에는 작은 개울이 있었어요.
콩쥐가 돌다리를 폴짝 건너는데, 그만 발이 미끄러졌지요.
풍덩! 꽃신 한 짝이 물에 빠지고 말았어요.
콩쥐가 발을 동동 구르자, 참새들이 포르르 날아왔어요.
짹짹, 짹짹. 참새들은 물속으로 들어가 꽃신을 물고 나왔지요.
“정말 고마워!” 콩쥐의 눈이 반짝 빛났어요.
그런데 잔치 마당에서 또 한 짝을 잃어버리고 말았어요.
사람들이 그 꽃신을 주워 들고 물었지요.
“이 고운 신은 누구 것일까?”
마을 사람들이 하나둘 이야기하기 시작했어요.
“새벽마다 우물가에서 노래하던 아이가 있었지.”
“힘든 날에도 웃으며 인사하던 그 아이 말이야.”
사람들은 콩쥐를 찾아와 꽃신을 건네주었어요.
꼭 맞는 발에 꽃신을 신고, 콩쥐는 환하게 웃었지요.
착한 마음은 아무도 보지 않아도 어느새 다들 알고 있었던 거예요.
콩쥐는 서운했던 일들을 마음에 담아두지 않았어요.
“우리 같이 가요.” 콩쥐가 먼저 손을 내밀었지요.
그날 잔치 마당에는 늦도록 웃음소리가 가득했답니다.
옛날에 콩쥐라는 아이가 살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