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은은하 목소리로 읽는 중

해가 쨍쨍 내리쬐는 한여름 낮이었어요.
까마귀 한 마리가 들판 위를 천천히 날고 있었지요.
목이 몹시 말라 날개까지 무거웠어요.
까마귀는 늘 물을 마시던 냇가로 내려갔어요.
그런데 냇물은 바싹 말라 하얀 자갈만 드러나 있었지요.
“여기도 물이 없구나.”
까마귀는 다시 날아올라 이곳저곳을 살폈어요.
웅덩이도 마르고 이슬도 벌써 사라진 뒤였지요.
날개를 퍼덕일 힘이 점점 줄어들었어요.
그때 저 아래 조용한 마당이 눈에 들어왔어요.
거기 키 큰 물병 하나가 덩그러니 놓여 있었지요.
까마귀는 반가운 마음에 얼른 내려앉았어요.
물병 안을 들여다보니 정말 물이 있었어요.
하지만 밑바닥에 아주 조금 고여 있을 뿐이었지요.
까마귀는 부리를 쑥 집어넣어 보았어요.
부리 끝이 닿을 듯 말 듯, 조금도 닿지 않았어요.
목을 아무리 길게 빼도 마찬가지였지요.
“조금만 더, 조금만 더….”
까마귀는 물병을 밀어 기울여 보기로 했어요.
어깨로 밀고 발로 당겨도 물병은 꿈쩍하지 않았지요.
까마귀는 지쳐 물병 옆에 털썩 앉았어요.
고개를 푹 숙인 까마귀의 발밑에 무언가 보였어요.
마당에 흩어진 작고 동그란 조약돌이었지요.
까마귀는 조약돌을 보다가 눈을 반짝 떴어요.
까마귀는 조약돌 하나를 물병에 쏙 넣었어요.
톡. 바닥에 닿는 소리가 났지요.
그러자 물이 아주 조금 올라왔어요.
까마귀는 또 하나를 집어 넣었어요. 톡.
또 하나. 톡. 또 하나. 톡.
조약돌이 쌓일 때마다 물은 조금씩 차올랐답니다.
해가 기울 무렵, 마침내 물이 병목까지 올라왔어요.
까마귀는 부리를 넣어 시원한 물을 꿀꺽꿀꺽 마셨지요.
“아, 이제야 살 것 같구나!”
까마귀는 가벼워진 날개로 저녁 하늘로 날아올랐어요.
한 알로는 아무것도 아니던 조약돌이, 모이니 물을 끌어올렸지요.
한 번에 안 되는 일도 하나씩 쌓으면 길이 열린답니다.
해가 쨍쨍 내리쬐는 한여름 낮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