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은은하 목소리로 읽는 중
마을에 꾀 많은 아이가 살았어요.
무슨 일이든 하기 전에 잠깐 생각하는 버릇이 있었지요.
사람들은 그 아이를 슬기라고 불렀어요.
어느 가을 아침, 어머니가 슬기를 불렀어요.
“앞마당에 낙엽이 잔뜩 쌓였구나. 좀 쓸어주렴.”
“그리고 우물에서 물도 좀 길어 오고.”
슬기는 마당으로 나갔어요.
노란 낙엽이 발목까지 쌓여 있었지요.
우물은 마당 건너 화단 옆에 있었어요.
슬기는 턱을 괴고 잠시 생각했어요.
“두 번 왔다 갔다 하면 힘든데…”
그러다 눈이 반짝 빛났지요.
슬기는 먼저 낙엽을 쓸어 모았어요.
사각, 사각. 빗자루 소리가 경쾌했지요.
그런데 모은 낙엽을 버리지 않았어요.
슬기는 낙엽을 안고 화단으로 갔어요.
겨울을 앞둔 화단 흙 위에 소복이 덮어주었지요.
“이러면 뿌리가 따뜻하겠지.”
그러고는 우물에서 물을 길었어요.
두레박을 올릴 때마다 화단에도 한 바가지씩 부어주었지요.
한 번 움직여 두 가지 일을 한 셈이었어요.
해가 기울 무렵, 어머니가 마당을 둘러보았어요.
마당은 깨끗하고, 물독은 가득 찼지요.
게다가 화단까지 폭신하게 덮여 있었어요.
“어떻게 이렇게 빨리 했니?”
슬기가 웃으며 대답했어요.
“가는 길에 같이 했어요.”
이듬해 봄, 그 화단에서 꽃이 유난히 많이 피었어요.
낙엽이 겨우내 흙을 지켜준 덕분이었지요.
슬기는 꽃을 보며 씩 웃었답니다.
돌 하나를 던져 새 두 마리를 잡는다는 뜻으로,
이런 일을 일석이조라고 불러요.
움직이기 전에 잠깐 생각하면 길이 보인답니다.
마을에 꾀 많은 아이가 살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