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은은하 목소리로 읽는 중
햇살이 쨍쨍한 여름날이었어요.
베짱이는 나뭇잎 위에서 노래를 불렀지요.
찌르르, 찌르르. 숲에 노랫소리가 가득했어요.
나무 아래로는 개미들이 줄지어 지나갔어요.
저마다 자기 몸보다 큰 짐을 이고 있었지요.
영차, 영차. 개미들의 발걸음은 부지런했어요.
베짱이가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어요.
“개미야, 이렇게 좋은 날에 왜 일만 하니?”
“놀러 와. 내 노래 들려줄게.”
개미가 이마의 땀을 닦으며 대답했어요.
“겨울이 오면 눈이 내리거든.”
“그때 먹을 것이 없으면 큰일이잖아.”
베짱이는 어깨를 으쓱했어요.
“겨울은 아직 멀었는걸.”
그러고는 다시 노래를 불렀지요.
여름이 가고 가을이 왔어요.
나뭇잎이 노랗게 물들고, 바람이 서늘해졌지요.
개미들은 여전히 부지런히 곡식을 날랐어요.
그러던 어느 날 아침, 하얀 눈이 펑펑 내렸어요.
들판은 온통 새하얗게 덮였지요.
먹을 것이라곤 하나도 남아 있지 않았어요.
베짱이는 배가 고파 몸이 덜덜 떨렸어요.
눈길을 헤치고 개미네 집 앞에 섰지요.
똑똑, 똑똑. 조그맣게 문을 두드렸어요.
문이 활짝 열렸어요.
개미는 아무것도 묻지 않고 손을 잡아 끌었지요.
“어서 들어와. 밖이 얼마나 춥니.”
따뜻한 죽 한 그릇이 베짱이 앞에 놓였어요.
베짱이의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지요.
“고마워… 정말 고마워.”
개미가 빙그레 웃으며 말했어요.
“대신 네 노래를 들려줄래?”
그해 겨울, 개미네 집에는 노랫소리와 웃음이 가득했답니다.
이듬해 봄, 베짱이는 개미보다 먼저 일어났어요.
작은 씨앗을 하나씩 하나씩 모으기 시작했지요.
오늘의 작은 준비가 내일의 나를 지켜준다는 걸 알았거든요.
햇살이 쨍쨍한 여름날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