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은은하 목소리로 읽는 중
깊고 푸른 바닷속에 용궁이 있었어요.
그곳에서 용왕님이 며칠째 자리에 누워 계셨지요.
온 바닷속 물고기들이 걱정으로 술렁였어요.
거북이 자라가 앞으로 나섰어요.
“제가 뭍으로 올라가 보겠습니다.”
자라는 긴 목을 쭉 빼고 물 위로 헤엄쳐 올라갔지요.
바닷가 언덕에서 자라는 토끼를 만났어요.
토끼는 풀밭에서 폴짝폴짝 뛰놀고 있었지요.
“토끼님, 용궁 구경 안 가보시겠어요?”
“용궁이라고요?” 토끼가 귀를 쫑긋 세웠어요.
“그럼요. 그곳엔 없는 게 없답니다.”
자라의 말에 토끼는 그만 마음이 들떠버렸지요.
토끼는 자라의 등에 올라탔어요.
물속으로 쑥, 쑥. 신기한 물고기들이 곁을 스쳐 지나갔지요.
토끼는 눈이 휘둥그레졌어요.
그런데 용궁에 닿자 분위기가 달랐어요.
커다란 문이 쿵 하고 닫혔지요.
그제야 토끼는 자기가 위험에 빠졌다는 걸 알았어요.
토끼는 가슴이 콩닥콩닥 뛰었어요.
하지만 울지 않았지요. 잠시 눈을 감고 생각했어요.
하나, 둘, 셋. 그러자 좋은 생각이 떠올랐답니다.
토끼는 태연한 얼굴로 말했어요.
“아이고, 이를 어쩌나. 제 간을 산속 나무에 널어두고 왔는걸요.”
“볕이 좋은 날엔 꺼내 말리는 게 저희 집안 풍습이라서요.”
용왕님이 깜짝 놀라 몸을 일으켰어요.
“그렇다면 어서 가서 가져오너라.”
자라는 다시 토끼를 등에 태우고 물 위로 올라갔지요.
바닷가에 닿자 토끼는 폴짝 뛰어내렸어요.
그러고는 뒤를 돌아보며 씩 웃었지요.
“자라님, 간을 몸 밖에 두고 다니는 짐승이 어디 있겠어요?”
토끼는 깡충깡충 숲속으로 뛰어 들어갔어요.
풀잎이 흔들리고, 나뭇가지가 살랑였지요.
자라는 한참을 바라보다가 껄껄 웃고 말았답니다.
무서운 순간에도 토끼는 울지 않았어요.
가만히 눈을 감고 생각했지요.
그 침착한 마음이 토끼를 집으로 데려다준 거예요.
깊고 푸른 바닷속에 용궁이 있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