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은은하 목소리로 읽는 중

어느 마을 어귀에 나지막한 고개가 하나 있었어요.
풀이 파랗게 돋고 흙길이 구불구불 이어진, 어디에나 있을 법한 평범한 고개였지요.
그런데 마을 사람들은 그 고개를 삼년고개라고 부르며 어쩐지 조심스러워했어요.
왜 그렇게 부르는지 아세요?
아주 먼 옛날부터, 그 고개에서 넘어지면 삼 년밖에 못 산다는 말이 전해 내려왔거든요.
그래서 사람들은 고개를 넘을 때마다 발끝을 콕콕 짚으며 숨을 죽이고 걸었답니다.
잎이 붉게 물든 가을 어느 날, 할아버지가 장에 다녀오는 길이었어요.
등에는 잘 익은 감이 가득 든 보따리를 지고, 걸음마다 감이 달그락달그락 흔들렸지요.
“오늘은 감을 남김없이 다 팔았으니 할멈이 참 좋아하겠구먼.”
저만치 삼년고개가 보이자 할아버지는 걸음을 뚝 늦추었어요.
“다른 데서는 몰라도 여기서만은 절대 넘어지면 안 되지.”
할아버지는 한 발, 또 한 발, 아주 천천히 고개를 오르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그때, 길가에 작은 돌부리 하나가 뾰족 튀어나와 있었어요.
조심하고 또 조심했는데도 할아버지의 신발 끝이 그만 그 돌부리에 툭 걸리고 말았지요.
데구루루, 할아버지는 폭신한 풀밭 위로 폭 하고 넘어졌어요.
다행히 다친 데는 한 군데도 없었어요. 풀이 이불처럼 폭신폭신했거든요.
하지만 할아버지는 일어날 생각도 못 하고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고 말았어요.
“아이고, 하필이면 내가 삼년고개에서 넘어지다니.”
집에 돌아온 할아버지는 감 보따리도 풀지 않은 채 이불을 뒤집어쓰고 누웠어요.
“이제 나는 삼 년밖에 못 사는구나.”
할머니가 따뜻한 죽을 끓여 왔지만 할아버지는 힘없이 고개만 저었지요.
하루가 가고 이틀이 갔어요.
할아버지는 밥도 잘 넘기지 못하고 걱정만 하다가 기운이 쭉 빠져 버렸어요.
이웃들이 번갈아 찾아와 말을 걸어도 그저 눈만 껌뻑껌뻑할 뿐이었답니다.
그 소식을 들은 마을 아이가 할아버지를 찾아왔어요.
아이는 이불 곁에 조르르 앉아 한참을 가만히 생각하더니 빙그레 웃었지요.
“할아버지, 제가 아주 오래오래 사는 방법을 알아요.”
“한 번 넘어지면 삼 년을 산다고 했지요? 그러면 두 번 넘어지면 육 년이에요.”
“세 번이면 구 년, 네 번이면 십이 년, 열 번이면 무려 삼십 년이고요.”
이불 속에 웅크려 있던 할아버지가 눈을 동그랗게 떴어요.
할아버지는 이불을 걷어차고 벌떡 일어나 삼년고개로 달려갔어요.
그러고는 넓고 폭신한 풀밭 위에서 데굴데굴 구르기 시작했지요.
“한 번에 삼 년, 두 번에 육 년, 세 번에 구 년!”
고개에는 할아버지의 웃음소리가 하루 종일 가득 퍼졌어요.
무섭기만 하던 고개가 이제는 구르며 노는 자리가 되었고, 걱정이 사라지자 기운도 스르르 돌아왔답니다.
그날부터 마을 사람들은 그 고개를 오래오래고개라고 불렀대요.
어느 마을 어귀에 나지막한 고개가 하나 있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