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은하 목소리로 읽는 중

옛날 어느 작은 마을에 윤이라는 아이가 살았어요.
윤이는 책 읽기를 세상에서 가장 좋아했지요.
낮에는 어머니를 도와 밭일을 하고, 틈이 날 때마다 낡은 책을 펼쳤어요.
그런데 윤이네 집은 형편이 넉넉하지 않았어요.
밤이 되면 등잔에 넣을 기름이 없어 방 안이 금세 캄캄해졌지요.
어두운 방에서는 책 속 글자가 하나도 보이지 않았어요.
“어머니, 밤에도 책을 읽을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윤이가 아쉬운 얼굴로 책을 덮으며 말했어요.
어머니는 윤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미안한 듯 웃었지요.
어느 여름밤, 윤이는 마당에 나와 하늘을 올려다보았어요.
그때 풀숲에서 작은 불빛들이 하나둘 반짝이며 떠올랐지요.
반딧불이들이 노란 빛을 내며 춤추듯 날아다니고 있었어요.
반딧불이들은 윤이 곁으로 살랑살랑 날아와 모여들었어요.
윤이가 책을 펼치자 작은 불빛들이 책장 위를 환하게 비추어 주었지요.
“와, 글자가 보여요!”
그날부터 윤이는 여름밤마다 마당에 나가 책을 읽었어요.
반딧불이들은 밤마다 찾아와 윤이의 작은 등불이 되어 주었지요.
윤이는 한 장, 또 한 장 책장을 넘겼어요.
시간이 흘러 찬 바람이 불고, 반딧불이들도 모두 떠나갔어요.
겨울이 오자 윤이의 밤은 다시 캄캄해졌지요.
윤이는 덮어 둔 책을 바라보며 조용히 한숨을 쉬었어요.
그러던 어느 날 밤, 하얀 눈이 소복소복 내리기 시작했어요.
밤새 내린 눈이 마당과 지붕을 하얗게 덮었지요.
둥근 달빛이 눈 위에 내려앉자 온 세상이 은빛으로 환해졌어요.
윤이의 눈이 반짝 커졌어요.
“눈빛이 이렇게 밝으면 책을 읽을 수 있겠어!”
윤이는 두툼한 옷을 껴입고 눈 덮인 마당이 내다보이는 창가에 앉았지요.
눈에 비친 달빛이 창으로 들어와 책장을 은은하게 밝혀 주었어요.
윤이는 손을 호호 불어 가며 한 글자 한 글자 또박또박 읽었지요.
어머니는 그런 윤이의 어깨에 따뜻한 이불을 살며시 덮어 주었어요.
“윤아, 춥지 않니?”
“괜찮아요, 어머니. 책을 읽으면 마음이 따뜻해져요.”
어머니는 대견한 눈으로 윤이를 바라보았답니다.
여름에는 반딧불이 빛으로, 겨울에는 눈빛으로 윤이는 쉬지 않고 책을 읽었어요.
세월이 흘러 윤이는 마을에서 가장 지혜로운 선생님이 되었지요.
사람들은 이렇게 어려움 속에서도 꾸준히 애써 이룬 것을 형설지공이라고 부른대요.
옛날 어느 작은 마을에 윤이라는 아이가 살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