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은은하 목소리로 읽는 중
어느 맑은 날, 하늘 위에서 바람과 해님이 만났어요.
둘은 오랜만에 나란히 구름 위에 앉았지요.
그런데 그만 다투기 시작했어요.
“누가 더 힘이 셀까?” 바람이 먼저 물었어요.
“그야 당연히 나지.” 바람이 어깨를 으쓱했지요.
해님은 조용히 미소만 지었어요.
그때 저 아래 길에 나그네 한 사람이 걸어가고 있었어요.
두툼한 외투를 단단히 여미고 있었지요.
“저 외투를 먼저 벗기는 쪽이 이기는 거야!”
바람이 먼저 나섰어요.
볼을 크게 부풀리고 숨을 힘껏 들이마셨지요.
휘이잉— 세찬 바람이 몰아쳤어요.
나뭇가지가 휘고 흙먼지가 날렸어요.
그런데 나그네는 외투를 벗기는커녕,
두 손으로 옷깃을 더 꼭 붙잡았지요.
바람은 더 세게, 더 세게 불었어요.
하지만 나그네는 몸을 잔뜩 웅크릴 뿐이었지요.
결국 바람은 헉헉거리며 멈추고 말았어요.
이번엔 해님 차례였어요.
해님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요.
그저 구름을 살짝 걷고, 따뜻한 햇살을 내려주었어요.
길이 환해지고, 공기가 포근해졌어요.
나그네의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혔지요.
“어이쿠, 이제 좀 덥구나.”
나그네는 웃으며 외투를 스스로 벗었어요.
그러고는 팔에 척 걸치고 다시 걸어갔지요.
콧노래까지 흥얼거리면서요.
바람은 한참 동안 말이 없었어요.
그러다 조그맣게 중얼거렸지요.
“억지로 미는 것보다 따뜻하게 감싸는 게 더 셌구나.”
그날 이후 바람은 나그네를 만나면 살랑살랑 불어주었어요.
해님은 그 곁에서 따뜻하게 비춰주었지요.
둘은 더 이상 다투지 않았답니다.
어느 맑은 날, 하늘 위에서 바람과 해님이 만났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