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은하 목소리로 읽는 중

옛날 어느 산골 마을에 사이좋은 형제가 살았어요.
형은 마을 위쪽 집에, 아우는 마을 아래쪽 집에 살며 같은 들에서 함께 농사를 지었지요.
봄에는 나란히 모를 심고, 여름에는 함께 김을 매며 서로 힘이 되어 주었답니다.
어느덧 가을이 오고 들판이 누렇게 익었어요.
형제는 함께 벼를 베어 볏단을 똑같이 둘로 나누었지요.
형의 논두렁에도, 아우의 논두렁에도 볏단이 수북이 쌓였어요.
그날 밤, 형은 잠자리에 누워 곰곰이 생각했어요.
“아우는 이제 막 살림을 차렸으니 쌀이 많이 필요할 텐데.”
형은 조용히 일어나 지게를 졌어요.
둥근 달이 환하게 떠 있는 밤이었어요.
형은 볏단을 지게에 차곡차곡 싣고 아우네 논으로 살금살금 걸어갔지요.
그리고 아우의 볏단 더미 위에 살며시 얹어 놓고 돌아왔어요.
같은 시각, 아우도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었어요.
“형님은 식구가 많으니 쌀이 더 있어야 할 거야.”
아우도 슬그머니 일어나 지게를 졌답니다.
아우는 볏단을 지게 가득 지고 달빛 아래 형네 논으로 갔어요.
그리고 형의 볏단 더미 위에 가만히 올려놓았지요.
아우는 흐뭇하게 웃으며 집으로 돌아왔어요.
이튿날 아침, 형은 논에 나가 보고 고개를 갸웃했어요.
“분명히 어젯밤에 볏단을 옮겼는데, 어째서 하나도 줄지 않았지?”
아우도 제 논두렁을 보며 똑같이 고개를 갸웃했지요.
그날 밤에도 형제는 똑같이 볏단을 날랐어요.
그런데 다음 날 아침에도 볏단은 그대로였지요.
형도 아우도 도무지 영문을 알 수 없었답니다.
사흘째 되는 밤이었어요.
형제는 또다시 볏단을 지고 달빛 어린 논둑길을 걸었지요.
그런데 길 한가운데에서 누군가 마주 걸어오는 그림자가 보였어요.
“아니, 아우 아닌가?”
“형님?”
두 사람은 지게를 진 채로 그 자리에 우뚝 멈춰 섰어요.
서로의 지게에 실린 볏단을 보고서야 둘은 모든 것을 알았어요.
형은 아우를 위해, 아우는 형을 위해 밤마다 볏단을 나르고 있었던 거예요.
형제는 볏단을 내려놓고 서로를 꼭 끌어안았지요.
둥근 달님이 하늘에서 두 사람을 가만히 내려다보았어요.
그 뒤로도 형제는 서로를 아끼며 오래오래 사이좋게 지냈대요.
마을 사람들은 지금도 의좋은 형제 이야기를 들려주며 빙그레 웃는답니다.
옛날 어느 산골 마을에 사이좋은 형제가 살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