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은은하 목소리로 읽는 중
옛날 어느 마을에 흥부라는 사람이 살았어요.
가진 것이라곤 낡은 초가집 한 채뿐이었지요.
그래도 흥부는 늘 웃었어요. 웃음만은 누구보다 넉넉했거든요.
봄이 오자 처마 밑에 제비 한 쌍이 집을 지었어요.
흥부는 아침마다 마당에 나와 제비를 올려다보았지요.
“어서 오렴. 우리 집이 좁아도 괜찮지?”
어느 날 아침, 마당에서 파닥파닥 소리가 났어요.
아기 제비 한 마리가 둥지에서 떨어져 있었지요.
다리를 다쳤는지 파르르 떨고 있었어요.
흥부는 조심조심 제비를 두 손에 안았어요.
고운 헝겊을 가늘게 잘라 다리를 감아주었지요.
“많이 아팠지? 이제 괜찮을 거야.”
흥부는 따뜻한 아랫목에 작은 자리를 만들어 주었어요.
좁쌀을 손바닥에 올려 하루에 몇 번씩 먹였지요.
제비는 조금씩 조금씩 기운을 차렸어요.
며칠 뒤, 제비가 날개를 파닥파닥 폈어요.
흥부는 두 손을 하늘로 들어 올렸지요.
제비는 씩씩하게 날아올라 하늘을 한 바퀴 빙 돌았답니다.
가을이 가고 겨울이 지나고, 다시 봄이 왔어요.
흥부가 마당을 쓸고 있는데 익숙한 소리가 들렸지요.
지지배배, 지지배배. 그 제비가 돌아온 거예요!
제비는 흥부의 어깨에 사뿐히 내려앉았어요.
그러고는 부리에 물고 온 것을 손바닥에 톡 떨어뜨렸지요.
작고 반질반질한 박씨 하나였어요.
흥부는 박씨를 마당 한켠에 정성껏 심었어요.
아침마다 물을 주고, 저녁마다 들여다보았지요.
싹이 트고, 줄기가 뻗고, 지붕까지 덩굴이 올라갔어요.
여름이 끝날 무렵, 지붕 위에 커다란 박이 매달렸어요.
흥부는 이웃들을 불러 톱을 가져왔지요.
슬근슬근, 슬근슬근. 다 함께 박을 켜기 시작했어요.
쩌억, 하고 박이 갈라지자 모두가 눈을 크게 떴어요.
안에서 쌀이 쏟아지고, 고운 옷감이 흘러나왔지요.
“세상에, 이게 다 어디서 났을까!” 이웃들이 놀라 소리쳤어요.
흥부는 쌀도 옷감도 이웃들과 나누어 가졌어요.
그리고 하늘을 올려다보며 조그맣게 말했지요.
“제비야, 고맙다.”
그날 밤 마을에는 오래도록 웃음소리가 퍼졌어요.
처마 밑 둥지에서는 제비도 함께 지지배배 노래했지요.
작은 다정함이 이렇게 큰 기쁨이 되어 돌아온 밤이었답니다.
옛날 어느 마을에 흥부라는 사람이 살았어요.